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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

Posted February. 13, 20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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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동부지역의 기록적 폭설이 정치논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기후변화 예방 동참을 선언한 버락 오마바 행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최고 140cm의 폭설이 내려 연방정부가 나흘째 휴무하고 워싱턴과 뉴욕의 도시기능이 마비되자 공화당으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짐 드먼트 상원의원은 9일 트위터를 통해 지구온난화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온난화가 과학적 허풍이라고 열을 올렸다.

서울도 올해 기상관측 이래 최고 폭설과 이례적 한파를 겪었지만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지 날씨가 더욱 뒤죽박죽이다. 연중 따뜻한 플로리다주가 영하권으로 떨어져 오렌지가 얼어붙고 연 강수량이 150mm인 캘리포니아주에서 폭우가 쏟아졌다. 동남부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최저기온(영하 7도)이 알래스카 앵커리지(영하 1.6도)보다 더 떨어지기도 했다. 공화당의 공격은 기후변화의 전도사인 앨 고어 전 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 폭설 때 우리나라에서도 소빙하기 논란과 함께 지구가 온난화는커녕 차가워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지만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는 것이 기후학자들의 답변이다. 날씨는 대기활동의 변화로 인한 국지적 단기적 기상현상이고 기후는 위도와 계절까지 영향을 미치는 광역적 장기적 현상이다. 오늘 날씨 춥네라고는 말해도 오늘 기후 춥네라는 사람은 없는 것을 보면 사람들도 이런 사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민주당 측이 공화당이 날씨와 기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이상날씨가 나타날 때마다 지구온난화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극단적 환경론자들의 잘못도 크다. 지구가 더워지고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며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불어놓고 세금을 더 내라고 강요하는 데 대한 반감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공포마케팅은 처음엔 눈길을 끌어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폐암사진 등을 담뱃갑에 붙여도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흡연자가 자포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섬뜩한 경고 대신 희망적 메시지가 나와야 할 시점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