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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 폭풍질주마무리 골OK! 박지성

Posted February. 02, 20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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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후반 40분 그는 결국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고지대 영향으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발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지자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상대 수비수의 공을 가로채 기성용(21셀틱)에게 연결했다. 기성용은 지체하지 않고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22볼턴)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번개같이 측면을 침투한 이청용은 빠르고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다. 그리고 박주영(25AS 모나코)이 헤딩슛으로 마무리. 한국은 이 골로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에서 거함 아르헨티나를 꺾고 2연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유럽파 4인방 있음에

상상만 해도 즐거운 스토리다. 그리고 실현 불가능한 꿈은 결코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대표팀 유럽파 4인방의 활약이 기폭제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1일 오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프리미어리그 방문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2-0으로 앞선 후반 7분 하프라인을 조금 넘어 공을 잡은 박지성은 혼자 상대 골문까지 치고 들어가 오른발로 골을 만들어냈다. 9개월여 만에 터뜨린 시즌 첫 골. 선발로 나온 박지성은 후반 종료 직전 교체될 때까지 엄청난 활동량과 순간 스피드를 앞세워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맨유는 아스널을 3-1로 꺾고 한 경기 덜 치른 선두 첼시를 승점 1점차로 추격했다.

박지성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건 다른 유럽파들의 활약과 맞물려서다. 프랑스에선 박주영은 지난달 31일 한 경기 두 골을 몰아치며 정규리그 8골로 득점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한 이청용은 매 경기 공격을 이끌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스코틀랜드의 기성용도 팀에 합류하자마자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에겐 자신감, 상대에겐 부담감

이들 4인방의 활약에 월드컵 본선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해외파의 동반 활약이 대표팀의 정신 자세를 업그레이드시켰다고 강조했다. 박지성 등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도 이를 악물고 뛰는 것 자체만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이 된다는 것.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남아공 전지훈련을 떠났던 대표팀 선수 25명 전원은 설문조사에서 해외파의 합류가 팀에 물리적 효과 이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파의 활약은 조별리그 상대국들에 압박을 주는 효과도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 상대국들은 경기 전부터 우리를 편하게 생각했기에 경기도 편하게 풀어 갔다며 부담감으로 첫 경기부터 그르친 우리와 정반대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우리 공격수 여러 명이 월드컵을 앞두고 한꺼번에 주목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대에게 고민거리가 많아진다는 건 우리에게 역이용할 카드가 많아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