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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클린턴-부시 펀드

Posted January. 19, 20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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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는 1992년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안고 재선에 도전했으나 빌 클린턴한테 졌다. 이로써 부시는 1980년 이후 유일하게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선거전이 과열되자 부시는 클린턴을 얼간이이라고, 클린턴은 부시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2001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지 W 부시가 집권 초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의 정책이 아니면 무엇이든지 한다)에 몰두한 배경에는 아버지를 꺾은 정적에 대한 반감이 적잖이 깔려있었다.

부시 가문은 클린턴에게 뿌리 깊은 적대감을 갖고 있을 법 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해 5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아들 부시와 클린턴은 경쟁하듯 서로를 치켜세웠다. 부시는 어머니(바버라 여사)가 클린턴을 아들처럼 여기고 있다며 우리는 형제 사이라고 했고, 클린턴은 부시의 재임시절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치열한 설전을 기대했던 청중들이 머쓱해졌다.

부시 가문과 클린턴의 화해는 2004년 12월 인도양에서 발생한 쓰나미 참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 대통령이던 부시가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을 민간 모금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초청했다. 흔쾌히 응한 두 전임 대통령은 태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몰디브를 순방하며 미국 국민의 기부를 독려했다. 두 사람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도 모금을 위해 손을 잡았다. 그해 타임지는 두 사람을 올해의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번에는 아들 부시와 클린턴이 아이티 지진 구호를 위해 뭉쳤다.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에 간 두 사람은 아이티를 구할 수 있도록 구호금을 보내 달라고 미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들이 개설한 웹사이트(www.clintonbushhaitifund.org)에는 벌써 76,000건의 성금과 지원이 답지했다. 악연을 훌훌 털고 절망에 빠진 외국 국민을 돕기 위해 손을 잡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지구촌을 훈훈하게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퇴임 대통령들은 부시와 클린턴의 우정어린 악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