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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담달폰

Posted November. 25, 20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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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를 통해 국내에 시판되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구입 신청자가 접수 사흘 만인 어제까지 3만 명을 넘었다. 그동안 사용경험자와 음악 재생기 아이팟 터치 애호가를 중심으로 왜 한국에만 아이폰이 없냐는 항의가 많았다. 아이폰은 작년부터 다음달에는 한국에 들어올 것이란 소문이 이어졌지만 말뿐이었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은 담달(다음달)폰이었다. 미루기만 할뿐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 휴대폰이라는 의미였다.

아이폰은 2007년 6월 미국에서 처음 나와 작년 7월 3세대(3G) 폰으로 개량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 접속이나 그림 전송 등이 가능해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린다. 인터넷 무선접속이 가능한 대학캠퍼스, 커피전문점, 햄버거점 등에서는 무료로, 다른 곳에서는 전화통화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무료로 접속하는 경우 이동통신사의 접속료 수입은 줄어든다.

스마트폰은 휴대용 전화기라기보다 휴대용 컴퓨터에 더 가깝고, 풍부한 전용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이다. 아이폰 사용자는 앱스토어(소프트웨어 판매점)에 연결해 10만여 개의 유료 및 무료 소프트웨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 게임이나 학습용 실생활용 소프트웨어 등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이미 한국의 개발자들이 수십 개의 소프트웨어를 올려놓았다면서 미국의 애플이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폰이 주는 메시지는 다층적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는 와이브로 기술에 매달리느라 무선인터넷의 확산에는 소홀했던 국내 통신정책의 맹점이 드러났다. 정부는 다른 부문에서도 다음달을 핑계로 써오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회사가 소비자 욕구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더 중요한 건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이미 시판중인 오좀니아(LG전자의 오즈, 삼성전자의 옴니아)에 이어 내년엔 구글폰도 선보인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고 편익도 늘어난다.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도 커질 것이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