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교육생 감소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영어마을을 다문화 교육 및 체험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15일 적자가 누적된 영어마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한국외국어대에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도는 외국인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영어와 함께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이른바 글로벌 빌리지를 검토 중이다. 도는 올해 말 끝나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기로에 선 영어마을
영어마을은 2004년 8월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영어교육 전용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한 첫 사례. 이전에는 대학이나 사설 학원이 방학 때 여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이어 2006년 4월 외국의 거리와 건물을 재현한 파주캠프가 선보이면서 전국적으로 영어마을 붐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 경기지역에 10곳을 비롯해 수도권에만 14개가 있고 전국적으로 30곳 가까운 영어마을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영어를 저렴하게 배운다는 영어마을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상당수가 교육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어마을 붐을 일으켰던 파주캠프의 경우 개원 첫해 2만1956명의 교육생이 몰렸고, 2007년에는 3만3209명이 찾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만7841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8월 말까지 1만3949명에 그쳤다. 안산캠프 역시 2006년 1만4682명에서 2007년 1만2686명, 2008년 9111명, 올해 7738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이 때문에 파주캠프의 경우 매년 40억 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박현아 경원대 국제어학원 교수는 한 학기에 한두 번 교육을 받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며 지역사회 곳곳에 소규모 시설을 만들어 학교와 연계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화만이 살길
모든 영어마을이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 차별화된 운영으로 교육생을 끌어 모으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는 개원 전에 이미 민간위탁이 결정됐다. 양평캠프는 1회성 관람객을 받지 않고 철저하게 교육생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곳을 찾은 교육생은 지난해 1만3288명에서 올해 8월 말까지 1만7672명으로 늘었다. 이 중 45%(7947명)는 학생이 아닌 교사와 군인 등 일반인이었다.
부산시와 부산교육청이 320억 원을 투입한 부산글로벌 빌리지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 지하철 2호선 부암역 근처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대구와 인천은 지역 대학이 자체 교육시설을 이용해 영어마을을 운영하면서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했다.
이길영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경기영어마을이 영어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제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