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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파업

Posted October. 13, 20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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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조는 강성이고 걸핏하면 파업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법원 내 이른바 진보적 성향을 지닌 판사들의 집단인 우리법 연구회가 10일 노동사건 심리()상의 문제점을 주제로 가진 공개 세미나에서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던진 질문이다. 아무리 자문자답이래도 물음을 던졌으면 다음은 노조가 정말 강성인지 아닌지, 근거와 답이 나와야 궁금증이 풀릴 텐데 최 판사의 발제문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10% 미만이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주는 대로 받고 있다는 곁가지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최 판사는 이들을 두고 노조가 강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1800년대 초반 야만적인 초기 자본주의 시대나, 주는 대로 받고 머슴 같이 일해야 하는 조선시대 모습을 그리면서 살고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즉 노조가 강경하다고 말하는 이의 의식부터 잘못됐다는 얘기다.

최 판사의 논지는 파업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므로 이런 법 현실은 극복돼야 한다로 요약된다. 정당성 있는 파업은 면책이고, 정당성 없는 파업은 처벌한다는 논리도 노동자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던 시대의 사고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병희 수원지법 판사는 그 견해에 따를 경우 파업이 전혀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경우에도 노조가 아무런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의 노조 조직율이 8%에 불과하다며 이젠 탈()노조의 나라라고 소개했다. 일이 없는 것보다 비정규직을 택한다는 노동장관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이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정치파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의사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결실에 따라 선거를 통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판사는 우리사회를 민의가 정치에 올바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가장 감명 깊은 책을 전태일 평전으로 꼽는 그야말로 세계화도 민주화도 까마득했던 1800년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