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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한국 위상 격세지감

Posted October. 06, 20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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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핵심 현안을 결정하는 주도권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체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에 맞춰 내년 11월 제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제64차 합동 연차총회에 앞서 4일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도 이런 사실이 여실히 입증됐다.

IMFC는 이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의 성과와 결정을 환영한다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IMFC가 IMF의 24개 이사국 모임으로 IMF 총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 경제가 G20 체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3일 열린 선진 7개국(G7) 모임은 별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끝나 G20이 G7을 대체하는 의사결정기구로 격상됐음을 입증했다.

한국 대표단은 G20의 위상만큼이나 한국의 지위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현지에서 실감하고 있다. 각국의 면담 요청이 쇄도하면서 대표단끼리도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IMFC, G20 합의사항 지지, 그리고 환영

이날 나온 IMFC의 공동선언문 세부안은 제3차 G20 정상회의 선언문의 판박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IMF의 출자금 분담비율(쿼터) 개혁과 관련해 G20 정상회의의 합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인 사례. IMFC도 G20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이 보유한 쿼터 가운데 5%를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2011년 1월까지 쿼터 개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도 수혜 대상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을 기준으로 하면 2.2%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실제 보유한 지분은 1.345%에 불과하다.

현 상황에서는 경기 부양책으로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구사하기 이르지만 IMF가 국가별 특수 상황을 고려해 출구전략의 원칙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G20 정상회의 합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대접 달라진 한국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오전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을 면담하고 오후에는 G20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주요 선진국 재무장관들과 내년 G20 정상회의 의제와 개최 방안 등을 협의했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정은보 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등 실무진 역시 예정에 없던 면담 요청에 응하느라 대표단이 각자 뿔뿔이 흩어져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신 차관보는 과거에 볼 수 없던 광경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내년 G20 의장국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윤 장관도 사석에서 (G20 위상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G20 의장국으로서 G20 이외의 국가들을 G20 체제로 끌어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티오피아, 볼리비아 등 34개 최빈국 재무장관들은 4일 공동성명을 통해 G20 논의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차지완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