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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화 갈망이 부른 반세기만의 일본 정권 교체

[사설] 변화 갈망이 부른 반세기만의 일본 정권 교체

Posted August. 31, 200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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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치러진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으로 1955년 이후 계속된 자민당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고 54년 만에 실질적인 첫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1993년 총선 이후 비()자민 연립정권이 약 10개월 들어선 적이 있으나 그 때도 제1당은 자민당이었다. 830 총선은 일본 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민주당의 승인()은 자민당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변화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관료 의존형 정치와 잇따른 부패, 고질적 파벌 정치와 잦은 총리 교체로 민심을 잃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에서 살아났던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다시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자민당 정권의 정관() 유착구조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아동수당 신설 등 생활 중시 정치와 쓸데없는 예산 절감을 약속하며 정권을 갈아보자는 선거혁명을 이루어냈다.

차기 총리로 내각을 이끌 하토야마 대표는 외교정책에서 아시아 중시, 특히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공식 사죄한 1995년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올해 5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선택한 첫 해외 방문국은 한국이었다.

한일 관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종전보다 많이 호전됐다. 일본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한층 성숙된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두 나라 정부와 민간 부분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갈등 등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여전해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하토야마 내각은 한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해 관계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분별 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일본 민주당은 한일미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긍정적이다. 한일 FTA에 대해서는 두 나라에서 모두 적극 추진론과 신중론이 엇갈린다. 일본 정부가 한국경제의 고질적 대일 무역역조를 줄이는데 협조한다면 한일 FTA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 민주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고 일본인 납치문제는 국가의 책임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북핵 불용()은 한국과 미국도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일본 정권 교체 후에도 한미일 등 국제사회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국내정책에서는 아동수당 신설, 공립고교생 수업료 무상화(), 지방분권 가속화, 공무원 낙하산 인사 금지, 환경친화적 경제발전 등을 내세웠다.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재원을 생각하지 않고 쏟아낸 선심성 공약이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민당 모델로 2차대전 후 급성장한 일본 경제가 민주당 집권 후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거리다.

한일 양국은 불행한 역사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본의 정권교체가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질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