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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주전 첫 시즌일뿐 난 항상 나 자신에 불만족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일뿐 난 항상 나 자신에 불만족

Posted August. 25, 20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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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시내에 위치한 메이저리그 야구팀 인디언스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 미국 진출 9년 만에 메이저리그의 중심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 선수(27)가 소나기가 내리는 잔뜩 찌푸린 날씨에 동료 선수들과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추 선수는 2000년 미국 무대를 밟아 2005년 4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2006년 7월 클리블랜드로 옮겨 주로 4번 타자로 기용될 정도로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날 시애틀과의 홈경기를 앞둔 인디언스의 연습이 비 때문에 중단된 틈을 이용해 더그아웃에서 추 선수를 만났다.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나 김병현, 서재응처럼 투수로 성공한 선수는 간혹 있었지만 타자로 성공한 경우는 추 선수가 처음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중심타자가 된 기분이 어떤가.

현재의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가 풀타임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일 뿐이고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았다.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야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운동인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새로운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때려야 한다. 현재 가진 기술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계속 운동하고 노력해야 한다. 요즘도 내 타격 자세를 찍은 비디오를 매일 보면서 분석하고 있다. 틀린 것은 없는지 보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행크애런상(메이저리그 양 리그 최고 타자에게 주는 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사실 별거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단한 것으로 인정해주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후보에 오른 것은 영광이지만 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봐도 메이저리그에 나보다 훌륭한 타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팀에서 2, 3명씩 후보에 오르는데 거기에도 못 끼면 어떻게 하나.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2001년, 2002년이 가장 힘들었다. 의사소통도 안 되고 친구도 없고 외로웠다.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의사소통을 한다.

영어를 따로 배우고 있나.

영어를 따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냥 선수들하고 얘기하면서 배웠다. 처음 2년 동안은 전담 통역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미국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 같은데 실감하고 있나.

작년 후반기부터 공을 잘 때리기 시작하니까 미국 관중도 많이 알아보더라. 요즘은 팬레터도 많이 온다. 선수마다 우편함이 있는데 매일 우편함이 꽉 찬다. 대부분 사인해서 보내 달라는 편지다. 답장을 다 해주지는 못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올해 WBC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뛰어봤는데 한국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야구는 미국과 한국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문화가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과 다른 미국 야구스타일과 문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나도 여기서는 잘하지만 한국에 가서는 적응을 잘 못할 수도 있다. 미국에 오면 누구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최고였는데 하는 자부심은 일단 접어야 한다.

병역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내년 아시아경기가 마지막 기회 아닌가.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구단하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야 아시아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일단 미국 구단에서 뛰고 있으니 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방망이에 그려진 태극기가 인상적이다.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 팬이 많다. 한국을 좀 더 알리고 싶었다. 방망이 끝이 카메라에 많이 잡히니까 거기에 붙이고 있다. 요즘은 태극기를 그려서 야구장에 가져오는 팬도 많이 생겼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 하루 8, 9시간씩 꼭 잔다.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린다. 또 홍삼 절편과 홍삼액을 매일 챙겨 먹는다. 홍삼 절편은 경기 때도 가지고 나와서 먹는다. 땀을 많이 흘리는데 홍삼을 먹으면서부터 땀도 덜 나고 운동할 때 덜 지치더라.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미국에서 후회 없이 뛰고 싶다. 한두 시즌 성적이 좋은, 반짝하는 선수보다 지금 팀에서 오랫동안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싶다. 그러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신치영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