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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진출 0, 한국육상의 비애 배부른 돼지 길러 선 세계벽 못

결선진출 0, 한국육상의 비애 배부른 돼지 길러 선 세계벽 못

Posted August. 24,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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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마라톤 최고 성적은 46위, 예선을 치르는 종목의 결선 진출자는 0명.

한국 육상이 베를린에서 거둔 성적표다. 2년 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국가라고 믿기 힘들 지경이다. 이에 따라 한국 육상의 발전을 위해선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육상은 배부른 돼지를 양산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록에 상관없이 전국체전과 도민체전에서 3위 안에만 들면 선수들에게 연봉 5000만6000만 원을 준다. 연봉 1억 원짜리 선수도 있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탁구의 경우 잘하는 선수가 연봉 4000만 원 정도 받는다. 세계 수준에 못 미치는 육상 선수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기형적인 현상이다.

요즘 마라톤 명문 삼성전자나 코오롱에는 선수가 없다. 유망주들이 고된 훈련을 참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로 떠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볍게 훈련하고 전국체전에서 3위 안에만 들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한국 육상이 세계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전국체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을 없애면 지자체가 팀을 해체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스포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국체전 점수 부여 방식을 순위에서 기록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1위를 해도 기준 기록에 들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고 한국기록 등 신기록을 세우면 두세 배의 점수를 더 주는 방식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육상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야수를 만드는 시스템을 갖춰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