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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무력시위 상대하지 말고 정치 사상 경제 고립시켜야

북 무력시위 상대하지 말고 정치 사상 경제 고립시켜야

Posted August. 10, 20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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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86사진)는 7일 지난해 이후 북한 김정일 정권이 무력시위 등을 통해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상대하지 말고 경이원지(존중하는 체하면서 멀리함)하면서 정치적, 사상적, 경제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동아일보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은 오로지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해서 상대방이 자신을 건드리고 싸움을 걸도록 하는 것이 독재자로서의 권위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황 전 비서는 우선 북한을 사상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정부가 아닌 민간 비정부기구(NGO)와 1만6000여 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나서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태와 주민들이 굶어죽는 현실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적을 이기려면 적의 정신부터 공격해야 한다. NGO가 나서면 비용이 절약되고 효과적이며 도덕적이라며 똑똑한 탈북자 1000명만 잘 뽑아 양성해 북한 국경 지역에 보내고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 (북한 민주화를 위해) 활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중국식 개혁 개방에 나서도록 중국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서 그것이 중국 정부에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김정일 정권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해 왜 그런 나쁜 정부(북한)와 동맹을 맺고 있느냐며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해 북한 급변사태의 대비책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중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중국에 이득을 주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 민주화를 위한 한국 미국 일본의 공조도 역설했다. 그는 한미일이 함께 김정일 정권이 국경을 넘어 폭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질서를 세우면 주민의 절대 다수가 북한 정권의 폭력을 피해 두만강과 압록강뿐 아니라 휴전선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북한 민주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 강화다. 국민의 사상을 책임지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왜 김정일이 국내 좌파와 (함께) 국민을 청맹과니로 만드는데 반격하지 못하는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선진 국가 미국에서 먹는 쇠고기를 못 먹겠다는 것이 무슨 말이고, 촛불을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국민인가.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톱질하는데도 잡아넣지 못하고 그걸 반대하는 시위도 없다고 비판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본사 간부들을 예방하고 동아일보 사내 학습모임인 남북한 포럼 소속 한반도 문제 담당 기자 10여 명을 상대로 북한 민주화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그가 1997년 2월 한국에 입국한 이후 국내 언론사를 공식 방문하거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석호 윤완준 kyle@donga.com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