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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키우는데 실패한 한국 10위권 문턱서 계속 뒷걸음

파이 키우는데 실패한 한국 10위권 문턱서 계속 뒷걸음

Posted July. 07, 20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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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가. 평범한 시민은 물론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나 경제정책을 다루는 경제관료들도 심심치않게 이 표현을 쓰곤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세계은행 개발경제 콘퍼런스(ABCDE) 개회사에서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경제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날 열린 2009 세계한인회장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면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치켜세웠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습관처럼 굳어진 이 표현은 틀린 말이다. 한국 경제는 단 한 번도 세계 10위 안에 진입한 적이 없다.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11위를 차지했을 뿐 이후에는 후발 신흥국에 밀리면서 줄곧 후퇴의 길을 걸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5위로 주저앉았다.

6일 세계은행이 내놓은 각국 경제규모 및 국민소득 비교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로 표시한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9291억2100만 달러로 통계가 확보된 세계 186개국 중 15위였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04년 인도, 2005년 브라질, 2006년 러시아 등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의 거센 돌풍에 차례대로 밀려 14위까지 떨어졌다. 2007년에는 간신히 14위를 유지했지만 작년에는 호주에 덜미가 잡혀 15위로 밀려났다.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급락했기 때문이다. 2007년 5.1%였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휘말려 지난해 2.2%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엔 전기 대비 5.1%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환율과 물가상승률도 순위 하락에 한몫을 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세계은행 통계는 달러 기준이기 때문에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GDP 규모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2007년과 2008년 말을 비교할 때 한국의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26.1%나 떨어진 반면 호주 달러는 9.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차지완 정재윤 cha@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