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국민이 민노총을 좀더 알아야

Posted June. 01, 2009 08:03,   

ENGLISH

2003년 11월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중앙당 창당대회장에선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구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창당축하 메시지가 낭독됐다. 열린우리당은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후보로 선출해 당선시킨 민주당을 낡은 지역주의 정치세력이라고 몰아붙인 친노()세력이 주도해 만든 정당이다. 2004년 4월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타고 152석의 과반의석을 이룬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5월 29일 저녁 청와대 만찬장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노 대통령과 감격을 나누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중반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급락하자 열린우리당은 노무현과 거리두기 노무현 때리기로 돌아섰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연전연패의 책임자로 노 대통령을 지목하며 직간접으로 탈당을 압박했다. 결국 2007년 2월 노 대통령은 스스로 당적을 정리했다. 그해 대선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호적을 바꾸었고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씨 등 경선후보들은 반노() 또는 비노()를 표방했다. 대선 직후엔 노무현 지우기에 반발하는 이해찬 유시민 씨 등 친노인사들이 대거 탈당했다.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후신인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계승 작업과 추모사업 방침을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정치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대검중앙수사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한다던 지난주 초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노 전 대통령이 급서한 이후의 추모 분위기를 타고 노무현 곁불 쬐기에 나선 것이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4월 8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어떤 연유로 이것(박연차 전 태광실업회장의 돈)을 받게 됐는지 명백한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 적도 있지만 태도가 확 달라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복지부동()으로 여론의 눈치만 살핀다. 상실감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 서민과 약자를 끌어안을 비전과 쇄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북한의 전방위 도발 위협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미디어 관계법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둔 6월 국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다.

청와대부터 시국에 대한 고뇌어린 성찰과 실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난국을 헤쳐 나갈 책임을 망각하고 정략과 보신주의 기회주의로 세월을 보내다가는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