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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두차례 나눠 써

Posted May. 25, 2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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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방경찰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숨진 것으로 24일 결론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있었던 이모 경호관을 조사해 서거 전의 동선()도 대부분 확인했다.

경찰이 확인한 노 전 대통령의 컴퓨터 사용기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5시 21분 사저 내 1층 거실의 컴퓨터를 켜고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말을 적기 시작했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제목을 먼저 쳤고, 5분쯤 뒤인 5시26분에 1차 저장을 했다. 다시 글의 일부 표현을 다듬어 5시 44분 14줄 분량의 유서 작성을 마쳤다. 그리곤 바탕화면에 저장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직후 경호동에 연결된 인터폰을 통해 당직을 하고 있던 경호관 이 씨에게 산책 나갈게요라고 했다. 이 씨는 즉각 장비를 챙겨 사저 정문에 대기했다. 오전 5시 50분, 노 전 대통령이 콤비 형태의 재킷에 편한 바지와 목이 짧은 등산화를 신고 사저를 나왔다. 약간 힘이 없어 보였지만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는 게 이 씨의 진술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씨와 1, 2m 정도 거리를 두고 천천히 걸으며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전 6시 무렵, 봉화산 등산로로 접어든 노 전 대통령은 정상을 향하다 부엉이바위 쪽으로 되돌아 내려왔다. 부엉이바위 코스는 지난해에 몇 차례 등산을 한 적이 있지만, 올 들어서는 처음 향한 길이었다. 사저와 봉하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 선 오전 6시 20분경 사저 경비초소의 전경 2명이 이를 발견하고 경호동에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과 이 씨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20여 분이 지날 무렵 바위 인근으로 남자 등산객 한 명이 지나갔다. 노 전 대통령이 누구지, 기자인가?하고 물어 이 씨가 등산객의 동향을 주시하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노 전 대통령이 두 걸음 정도 앞으로 나갔다. 이 씨는 노 전 대통령이 등산객을 외면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손쓸 사이도 없이 노 전 대통령은 45m 높이의 바위에서 몸을 던졌고 이때의 시각은 오전 6시 45분경이었다.



강정훈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