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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4년만에 바이 코리아 유턴?

Posted May. 23, 20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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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국내 증시에 외국인이 없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코스피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만큼 요즘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이를 두고 지난 4년여에 걸친 셀 코리아(Sell Korea)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월 초부터 꾸준한 매수세

외국인은 올 3월부터 이달 21일까지 8조2000억 원이 넘는 매수우위(매수액이 매도액보다 큰 것)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3월 10일 이후로는 11거래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같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날 미국 증시가 하락해도,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아도 외국인이 이를 받아주면서 5월 들어 코스피는 여러 차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중 매수세를 주도한 것은 영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계 자금이지만 최근엔 지난해 한국 주식을 대대적으로 팔아치운 미국계 자금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계 자금은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4489억 원의 순매수를 보여 2007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2004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외국인의 셀 코리아 기조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외국인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제한이 사라진 이후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지만 2005년경부터는 다른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외국인의 매도세는 점점 확대돼 지난해 금융위기 무렵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다시 급격히 누그러졌다.

추세전환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바이 코리아(Buy Korea)의 가장 큰 이유는 우선 한국 및 아시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전역의 전반적인 현상이라며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아시아가 세계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만의 독특한 강점도 있다. 지난해만 해도 환율이 하루에 몇십 원씩 출렁거리던 외환시장이 요즘 몰라보게 안정을 되찾은 데다 기업 실적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환율의 하향안정은 외국인들이 환차손 없이 안정적으로 한국 주식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동안 너무 많이 팔았던 것을 채워 넣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많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은 2004년 한때 44%를 넘었지만 지금은 28%(4월 말 현재)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기조 전환인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외국인은 언제든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이 향후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는 현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모르겠지만 경제가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