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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 10여명 스테로이드 복용

Posted May. 20, 20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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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선수들을 목격했다. 외국인 선수 복용 비율이 높지만 국내 선수도 있었다.

상대 팀 선수와 사인 교환은 일부 사실이다.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나 오늘 못 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줘하고 요청하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롯데 선수였던 마해영 Xports 해설위원(39사진)이 19일 발간한 회고록 야구 본색(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에서 쓴 소리를 쏟아냈다.

마해영은 199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강타자 출신. 2001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KIA(2004년), LG(2006년)를 거쳐 지난해 친정팀 롯데로 돌아와 은퇴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94에 1609안타, 260홈런, 1003타점.

마 위원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선수는 10명 남짓.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였지만 이들이 일부 국내 선수에게 금지 약물을 권했다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은 호기심에서 금지 약물을 잠시 복용한 것으로 안다. 전 구단을 통틀어 한 자리 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은퇴했다. 실명은 선수들의 명예를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

마 위원 역시 2군에 내려갔을 때 약물의 유혹에 빠질 뻔했다고 밝혔다. 그는 약물 복용은 모두 현재형이 아니고 과거형이다.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며 후배들이 순간적인 유혹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마 위원은 상대 팀 선수 간의 사인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2군으로 전락할 처지에 있을 때 사인을 알려준다는 것. 그는 상대 팀 후배가 도와달라고 할 때 이를 거절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승패가 확정된 상황에서나 (사인을) 알려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마해영 회고록과 관련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2007년부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도핑 검사를 도입했는데 마 위원의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은 프로야구 판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KBO는 지난해 도핑 검사를 2회 실시했고 올해 3회로 검사 횟수를 늘렸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전원을 도핑 검사하기로 했다.

마 위원 회고록에 짠돌이 구단으로 불린 롯데 구단도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상구 단장은 마 위원이 속사정을 모르고 밝힌 부분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과거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백차승(샌디에이고)의 입단 계약이 실패한 건 계약 단계에서 금액을 계속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마 위원의 회고록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과거 일부 선수가 갑자기 몸이 불어나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지 의심한 적은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의혹만 갖고 책을 쓰는 건 경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