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득될것 없다 말바꾼 오바마

Posted May. 15, 2009 08:02,   

ENGLISH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질러진 수감자 학대사진 공개를 막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과거 소수에 의해 자행된 행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사진공개가 도움이 될 게 없다며 사진을 공개할 경우 가장 직접적으로 예상되는 결과는 전 세계에 반미감정을 불붙이고 우리 군대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아프간과 이라크 현지 지휘관들이 미군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호소하자 법률가들을 소집해 장시간 회의를 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8월 아프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사진은 2004년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사진 파문 당시 미군 당국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들이다. 진보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국방부가 사진공개를 거부하자 2004년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 승소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23일 법원에 보낸 공문에서 5월 28일까지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사진은 모두 44장이다. ACLU 측 변호사는 관련 사진이 2000장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사진에는 벽을 향해 팔굽혀 펴기를 하는 자세를 취한 수감자에게 미군 감시병이 빗자루로 성적인 위협을 가하는 듯한 모습, 여군들이 눈을 가리고 두건을 쓴 나체 수감자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두건을 쓴 수감자를 수송기 위에 무릎 꿇리고 무릎 위에 플레이보이 사진을 올려놓은 모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그룹들은 투명한 정부 약속을 저버린 대통령의 말 바꾸기이며, 부시 대통령 시절 해 온 비밀주의의 계승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