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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실적 호전, 환율효과에 취해선 안 된다

[사설] 기업 실적 호전, 환율효과에 취해선 안 된다

Posted May. 11, 200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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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세계 2000대 기업 중 금융을 제외한 1243개 기업의 실적이 작년 4분기(1012월)를 고비로 악화됐다. 직전까지 89%를 유지한 매출 증가율이 평균 마이너스 0.6%로 추락했다. 올해도 전반적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그런데 그중 44개 한국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07년 13.2%에서 작년 24.3%로 높아졌다. 이런 실적 호전을 근거로 국내 경기의 회복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년 사이에 18.7% 오른(원화절하) 덕분에 수출이 잘 된 환율효과를 간과해선 안 된다. LG경제연구원 조사결과 글로벌 기업의 작년 매출증가율은 자국 환율 기준으로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순으로 높았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거꾸로다. 그중 한국 기업의 달러 기준 매출증가율은 2007년 16.4%에서 작년 5.1%로 급락했다.

이처럼 환율효과가 빚어낸 착시현상이 큰데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자만하면 곤란하다. 이제 그 환율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8일 환율은 달러 당 1247원으로 거래가 마감돼 작년 10월15일 이후 처음으로 1250선 아래로 떨어졌다. 머지않아 1100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수출기업들로선 고환율기에 누렸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환율이 1200원선에 이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추정 보고서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올해 선진 33개국 중 8위인 207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고 2014년까지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어제 전망했다. 이런 낙관론은 장차 수입도 늘고 수출은 더 늘어 흑자 기조가 정착돼야만 성립할 수 수 있다. 요즘 무역흑자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한데 따른 축소형이어서 크게 걱정스럽다. 올해 수출의 경우 물량은 대체로 유지됐지만 단가는 하락했는데 상품 경쟁력이 있어야만 환율 하락에 맞춰 단가를 올릴 수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미 3월에 환율효과는 연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은 8일 사내방송을 통해 환율효과를 계속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창조적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 대표들은 환율 하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환율대책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에 한계가 있음을 정부도 기업도 확실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