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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배려에 학부모 허리 휜다

Posted April. 22, 200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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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중과 영훈중은 지난해 첫 신입생을 뽑으며 학교당 32명을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선발했다. 이 중 50%인 기초생활수급자는 수업료, 급식비, 방과후 학교 참여비 같은 교육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나머지 50%는 소득 수준에 따라 차상위계층은 수업료의 70%를, 저소득계층은 50%를 지원한다. 나머지 교육비는 모두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차상위계층에 자기 부담금은 큰 부담이 된다. 국제중이 입학 전 연 오리엔테이션 캠프는 참가비만 80만 원에 이르렀다. 급식비와 교통비를 포함하면 100만 원이 넘는 금액. 여기에 개학 후 교재비만 20만 원이 넘었다. 방과 후 학교 기자재를 사려면 30만 원을 넘게 써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학교 밖에서 장학금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장학재단이 의무교육인 중학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좋은 성적을 받아 학교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타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합격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은 지난해 서울시교육위가 국제중 설립을 승인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치구 확인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은 전체 가정의 5% 수준으로 나타난다며 학교를 꼭 설립하기 위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비율이 실제 수요를 넘어선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 비율이 늘면서 학교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도 입학했다는 주장이다. 영훈중은 올해 신입생 모집부터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없애는 대신 저소득층 장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평가 기준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겠다며 다양한 형태로 학교 신설을 추진했다. 그때마다 귀족 학교 창이 하나 둘 늘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방패도 더 커졌다. 내년에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은평뉴타운에 들어서는 자립형사립고 하나고도 정원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뽑는다. 학교를 만들 때 학교는 의무적으로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한다는 표현은 공식이 됐다. 기존 특수목적고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에 맞추려는 분위기다.

다음 달 30개교를 선정할 예정인 자율형사립고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학교에 지급하던 재정결함 보조금으로 국가 차원에서 장학재단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학교에 지원하던 돈을 학생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 돈은 약 2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대 등록금 수준인 연간 500만 원을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상위계층인 한 국제중 학부모는 허울 좋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오히려 배려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차라리 형편이 안 되니까 못 보내겠다고 했다면 아이가 상처를 덜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