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서민 울리는 악덕사업자 165명 적발

Posted March. 17, 2009 09:23,   

ENGLISH

급식업체 대표 김모 씨(49)는 2005년부터 3년간 서울과 경기지역의 중고교 20여 곳에 급식을 제공하면서 중국산 고춧가루 등 값싼 재료를 사용했다. 그런데도 김 씨는 거래관계가 없는 식자재 납품업체와 짜고 국내산 고급 재료를 사용한 것처럼 허위계산서를 만들어 비자금 22억 원을 조성했다.

김 씨는 이 돈으로 급식을 받는 학교의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에게 동남아 골프여행을 시켜주고 자신은 부동산을 사는 등 재산 늘리기에 골몰하다 최근 세무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김 씨에게 법인세 등 16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서민생활 안정을 해치거나 파렴치한 방법으로 이득을 챙긴 사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학원사업자 등 165명을 적발하고 이들이 탈루한 세금 1193억 원을 추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자들은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교묘하게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도 자녀 교육비는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의 사정을 이용해 논술비 명목으로 수강료를 편법 인상하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학원사업자 64명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이들에게서 449억 원을 추징했다.

생활이 쪼들려도 상()을 당하면 고인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려는 한국인의 정서를 악용해 세금을 떼먹은 장의업자도 걸렸다. 서울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45)는 매입가격이 14만 원인 중국산 수의를 매입가의 9배 수준인 120만 원에 팔아 폭리를 취하면서 상주들에게 현금결제를 요구해 2005년부터 3년간 56억 원의 수입을 탈루했다. 김 씨는 법인세 등 26억 원을 추징당했다.

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서민들에게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늦게 냈다며 자신들 마음대로 담보물을 팔아치우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채업자 57명과 직원들에게 줄 임금은 체불하면서도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려 호화 주택을 사거나 도박을 일삼은 외환변칙거래자 37명도 적발됐다.

채경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기업들이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있지만 서민의 어려움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사업자는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