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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취신입생 환영회

Posted March. 06, 200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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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설렘으로 캠퍼스 생활을 시작해야 할 대학 신입생들이 죽음과 마주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새내기 대학생이 만취 상태에서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추락하는 사건이 일주일 사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이들은 각각 기숙사와 한 스키리조트에서 전날 학과 선후배,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 맥주 양주를 섞어 6시간 가까이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재학생이 환영회란 이름으로 신입생을 괴롭히는 관행의 원인은 무엇인가. 문화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 남부 통가(Tonga)족의 성인의식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통가족의 1016세 소년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매질 추위 갈증 굶주림 그리고 죽음의 위협을 3개월간 견뎌야 한다. 소년이 조금만 잘못해도 갓 성인의식을 통과해낸 선배들로부터 죽도록 얻어맞는다. 학자들은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를 거칠수록 나중에 집단에 대해 강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미국 대학의 기숙사나 동아리에서도 신입생에게 괴상망측한 통과의례를 치르게 한다. 반바지 차림의 학생을 깊은 숲 속에 버려둔 뒤 혼자 내려오게 하거나, 동물의 생간을 먹게 하는 행위 등이다. 뉴저지 주의 한 기숙사에서는 신입생에게 해변가에 구멍을 파게 한 후 그 안에 생매장을 시켰다가 질식사 직전에 구출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끔찍한 경험이 학생들에게 높은 만족도와 가치를 부여한다고 지적한다.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해병대가 똘똘 뭉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손 쳐도 어려운 수험생활을 거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라면 곤란하다. 미국 대학생들이 기상천외한 신입생 통과의식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 대학생들은 오로지 술로 신입생을 고문한다. 구두에 막걸리를 가득 채워 마시게 하거나, 전 구성원이 술에 가래침을 뱉은 뒤 이를 마시게 하는 행위가 한때 캠퍼스의 낭만으로 비치기도 했으니까. 만취한 신입생을 호수에 던져 숨지게 하거나 기절한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펄펄 끓는 청춘의 혈기를 다른 건전한 방식으로 풀 수는 없는 것인지 모두가 고민할 때가 됐다. 애꿎은 희생자가 더 나와서야 되겠는가.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