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는다. 책을 펴는 순간 친구한테 받은 e메일에 답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를 켜서 답장을 보낸 뒤 다시 책을 잡는 순간 책상 위에 온갖 것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게 몹시 거슬린다. 책상을 정리하는 김에 방안까지 깨끗이 청소한다. 몸을 움직였더니 땀이 나고 목이 마르다. 물을 마셨더니 이젠 화장실에 가고 싶다. 어느새 시간이 한참 지났다. 에라, 모르겠다, 내일 하자며 침대에 눕는다. 이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에 의해 2009년 차세대 리더로 선정되기도 한 KAIST 정재승 교수는 동아일보가 격주로 발행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호(3월 1일자)에서 이처럼 중요한 일을 번번이 미루는 차일피일병()을 현대인의 사회적 장애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윈저대의 심리학교수인 퓨시아 시로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일을 미루는 버릇으로 재정적 손실을 입었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으며 제때 일을 처리하는 사람보다 스트레스도 더 많았다고 한다.
멀리 예를 들 것도 없다. 우리 주위에도 세금이나 아파트관리비를 나중에 내겠다고 미루다가 기한을 넘겨 가산금을 물어본 사람이 적지 않다. 새해에 금연이나 다이어트 결심을 하고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건 다반사고, 학생들이 과제물 제출을 미루다가 수행평가 점수를 감점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돈이 없어도 집부터 사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그 차액으로 대출금을 갚겠다는 생각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됐다.
차일피일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마감시간 안에 끝내는 버릇을 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하는 손이 빠르기로는 기자들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데 이는 평소 마감시간에 맞추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자가 하루에 할 일을 공무원은 일주일에 하고, 교수는 한 달에 한다는 말도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 박사도 성공하려면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라고 충고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