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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부진, 중산층 탓해선 안돼 정부가 소비 늘려 경기 살려야

소비부진, 중산층 탓해선 안돼 정부가 소비 늘려 경기 살려야

Posted February. 21, 20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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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절약하고 저축하라. 경기진작을 위한 소비는 정부의 몫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경제학 원론을 집필했고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교수(사진)가 지난주 이 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요지다.

동아일보는 그의 저서 부자 아빠의 몰락(원제Falling Behind)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된 것을 계기로 20일 그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번 칼럼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임에도 소비를 줄이면 경기 침체 장기화에 일조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조언이었다며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그들(중산층)보다 연리 3%대의 낮은 이자로 국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정부가 소비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가 살아나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명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중산층에 그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프랭크 교수가 꼽는 위기탈출 해법은 정부의 대대적인 공적자금 투입과 재정지출 확대만이 위기 탈출 해법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 미흡하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경기부양예산 8780억 달러가 즉각 시장에 풀리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경기 진작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좀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추가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랭크 교수는 신자유주의시대 소비 성향에 대해 독창적인 진단을 해온 경제학자로 유명하다. 소득 불평등의 골은 그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산층이 위기에 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자신의 소득을 넘어서는 과도한 소비를 들었다.

그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상대적인(relative) 소비 행위가 이른바 지출의 연쇄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중산층이 상류층의 과소비 행태를 보며 이들과 경쟁하듯 분에 넘치는 지출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류층은 소득이 늘었기 때문에 소비를 많이 해도 문제가 없지만 중산층은 소득은 증가하지 않고 지출만 늘었기 때문에 결국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분석한다.

그러나 프랭크 교수는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이 같은 지출의 연쇄작용에 일종의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분석했다.

프랭크 교수는 경기침체 여파로 지위 과시형 소비 패턴이 수그러들고 있다면서 경제적 타격과 무관한 최상류층도 요즘은 지인들의 집에 모여 상품을 몰래 주문해 구입하는가 하면 중산층은 소비보다 저축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과시적 소비행위가 더는 부러움이 아닌 부끄러움의 대상이라는 뜻의 럭셔리 셰임(luxury shame)이 사회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랭크 교수는 한국도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한국 정부 역시 (경기부양을 통해) 소비자로 적극 나서고, 국민들에게는 저축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과세정책을 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라는 바이 아메리카 조항 등을 두고 현 행정부의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흐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부양정책인 만큼 미국 내 현 정서에 맞는 정치적인 수사를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