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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국회 여야 이견 적은 경제법안마저 상임위서 낮잠

노는 국회 여야 이견 적은 경제법안마저 상임위서 낮잠

Posted February. 12, 2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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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가 공전될 위기에 처했다. 주요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은 상임위 활동을 거부하는 등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의 역량을 결집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법안은 모두 2230여 건에 달한다. 20일부터 각 상임위별로 모든 법안을 한꺼번에 상정해 법안심사를 하더라도 27일과 3월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중점 추진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속도전을 주문했지만 국회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 상임위 올 스톱

법안을 1차적으로 심의하는 상임위는 지금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쟁점법안이 계류 중이거나 상정될 예정인 상임위의 경우 아예 의사일정도 조율하지 못한 채 올 스톱된 상태다.

한나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19일까지는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 법안 논의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간을 끌면서 법안을 논의할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개회 전부터 긴급현안질의와 대정부질문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상임위를 열어 법안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지연 전략에 속수무책이다. 이 때문에 여권의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적지 않은 편이다.

여야 간 핵심 쟁점인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는 민주당이 쟁점 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공청회나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야당이 불참한 반쪽 공청회에 그치고 있다. 20일 열릴 전체회의에서도 이미 상정된 비쟁점 법안만 의결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시간 끌기

민주당은 20일 이후 상임위가 본격 가동되더라도 최대한 발언권을 얻어 법안 논의를 지연시키는 이른바 필리버스터 전술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2월 임시국회만 넘기면 4월 재보선 정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MB 법안 저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면착용 금지법,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환수법 등이 쟁점인 행정안전위는 19일로 예정된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일주일가량 상임위를 열지 않는다. 쟁점법안 상정 여부는 20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다.

여야 상임위 간사가 합의한 의사일정을 지도부에서 뒤집는 경우도 있다.

법제사법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기로 여야 간사가 합의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지시로 회의가 취소됐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의 제한적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이른바 떼법방지법 등의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이 쟁점인 교육과학기술위도 민주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아 2월 국회에서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할 상황이다.

그나마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분리 관련법을 처리해야 하는 정무위가 비교적 순항 중이다. 정무위에서는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해 의사일정에 합의했으며 공청회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상임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20일 이후에는 민주당도 국회 공전의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시간 없어 속 타는 여권

민주당이 법안 심의를 계속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는 한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행안위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은 각 상임위별 합의된 의사일정을 보면 법안심사소위가 하루나 이틀 예정돼 있는데 민주당이 이런 저런 빌미로 합의를 거부할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 연말 임시국회 때와 달리 직권상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영 박정훈 gaea@donga.com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