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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바마의 희망 열차

Posted January. 20, 20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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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한겨울인 1월 20일 열리게 된 것은 제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193345)이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시작한 1937년부터였다. 그 전에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그리고 전임자의 유고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대통령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월4일 취임식을 가졌다. 1월 취임식은 대통령 당선에서 취임까지 3개월 이상 걸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기 개시 시점을 1월 20일 정오로 정한 수정헌법 21조가 1933년 비준된데 따른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은 1985년 한파 때문에 의사당 안에서 취임식을 갖고 퍼레이드도 취소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17일 정오에 가족 친구 보좌관 및 특별히 선발한 보통 미국 사람들과 함께 열차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를 떠났다.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 부부가 탑승했고,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는 환영행사도 열렸다. 이 때문에 열차는 필라델피아에서 220km 떨어진 워싱턴까지 가는데 6시간 반이나 걸렸다. 열차 이름은 오바마 익스프레스였지만 속도는 완행이었다.

오바마 일행이 탄 열차는 여객용 열차 회사 퍼스트 코치 레일의 조지아 300 모델 열차를 빌린 것이다. 1930년대 처음 제작된 뒤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호텔급 실내 장식에 침실, 식당, 주방까지 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선거 유세 때 이 열차를 이용했다. 오바마 역시 지난해 4월 선거 유세 때 이용한 적이 있다.

오바마가 열차로 워싱턴에 입성한 코스는 그의 정치적 스승 격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1861년 취임식 때를 연상시킨다. 링컨은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까지 가는데 12일이나 걸렸고,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까지 열차를 이용했다.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이었던 링컨 시대에는 기차여행이 최선이었지만 자가용 비행기까지 흔한 지금 오바마가 열차로 워싱턴에 간 것은 링컨의 흑백 통합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오바마의 열차가 미국을 되살리는 희망의 열차가 될 것인가.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