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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고()도 쉬워야 채용도 쉬워진다

Posted December. 26, 200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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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기업이 인력 채용도, 해고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내년에 고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24조에는 해고 요건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고 규정돼 있는데, 재계에서는 내용이 모호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은 근로자를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거나 비정규직 또는 파견 근무자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고용과 해고 조건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들어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결여된 나라로 악명 높다. 세계은행은 세계 기업환경 보고서에서 작년 한국의 고용부문 기업환경을 178개국 중 131위로 평가했다. 올해는 152위로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업환경 8개 항목 중 특히 고용부문이 최악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국제경쟁력을 갉아먹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같은 기득권 세력은 해고 유연화에 대해 대규모 해고가 수시로 벌어질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가거나 비정규직 채용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비정규직이 800만 명에 이르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은 1% 또는 2%, 어쩌면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플러스 성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 산업계가 10억 원어치를 생산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는 1995년 24.4개에서 2005년 14.7개로 40% 줄었다. 고용이 많이 필요 없는 성장의 시대다. 500대 기업 중 230여 곳은 내년 채용을 올해보다 16.5% 줄일 계획이다. 나머지 중 절반 이상은 채용 계획 자체가 불분명하다. 기업 도산 충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어렵다. 정부는 내년 1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새해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는 일이다. 총체적 고용 안정성이 개개인의 직업 안정성보다 중요해졌다. 경제환경 악화로 한 직장에 철밥통처럼 남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해고도 유연해지면서 동시에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기업들이 채용을 더 늘리게 되면 고용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노동 유연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지원과 실업자 재취업 및 창업지원 대책을 실효성 있게 보강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