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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은 뭐고, 민주연대는 뭔가

Posted December. 08, 200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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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가까스로 12일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안이한 위기인식과 퇴행적 대여() 투쟁방식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당내에서 그러니까 아직도 10%대 지지율을 면치 못하는 것이라는 자조론()이 나오겠는가. 당내 개혁파를 자처하는 민주연대 그룹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합의를 철회하고 서민생활안정기금 30조원을 확보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정세균 대표를 만나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헌법에 규정된 처리시한을 넘겨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예산안마저 깨려 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자는 것인가.

김근태 천정배 씨 등 옛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지난 2일 발족시킨 민주연대는 공동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조직위원장 대변인 지역위원장까지 두고 있다. 사실상 당내 당( )같은 존재다. 그들이 개혁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야당의 계보정치와 흡사하다. 정동영 계도 참여하고 있다. 모두 정통 야당 50년 역사상 최악의 선거참패를 자초한 장본인들인데도 민심의 흐름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민주연대는 조직을 만들자마자 민주 대 독재 전선 구축과 반() 이명박 연대를 외치고 있다. 독재정권과 싸우던 1970, 80년대식 선명야당 투쟁을 벌이자는 얘기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국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민주연대의 행적을 살펴보면 서민생활안정기금 30조원 확보 운운하는 주장도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여야가 타협을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간신히 합의를 마치자 30조원 보따리를 들이미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밖에는 안 된다. 당권투쟁의 명분을 쌓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세균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정국을 이른바 민주 대 독재의 구도로 몰아붙이려는 술책이 아닌가 싶다.

정치적 배경을 접어두고라도 30조원 주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경제 살리기에 앞서 당장 내년 위기를 넘기는데도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게다가 총액을 정해 나눠주기 식으로 쓰다보면 노무현 정부가 걸었던 눈 먼 복지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민주연대에서 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항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지도부의 위기 차원을 넘어서 민주당 전체의 위기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