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남 길들이기 안먹히자 역정내기 전술

Posted November. 14, 2008 08:15,   

ENGLISH

최근 북한의 대남 전방위 공세는 북-미 핵 협상 등에서 자주 사용해 온 벼랑 끝 전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시한 뒤 협상의 상대방을 몰아세워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다.

다만 북한이 12일 남북 직통전화 단절과 육로통행 제한 등 초강수를 던지는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미국 정권 교체기와 연관된 통미봉남() 전략 외에 몇 가지 내부적인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벼랑 끝 전술의 내부적 원인=북한이 일련의 강경 조치들을 발표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변화시키기 어려웠음을 반증한다.

북한은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한국의 보수 정권을 서서히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순순히 말려들지 않자 결국 당국 간 대화 채널을 끊고 개성공단을 위협하는 강수를 집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또 북한의 처지에서 보면 한국 정부와 일부 민간단체는 자신들의 근본 문제를 너무 많이 건드렸다.

예컨대 한국 정부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참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따른 후계구도 및 급변사태 대응 논의 대북 삐라(전단) 발송 등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실무자들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민감한 문제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강경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내적 구조가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남 사업에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본 것도 북한이 강경책을 구사하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올해 대북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했다.

지난해 북한에 제공한 비료 30만 t 무상지원(961억 원), 쌀 40만 t 차관 제공(1491억 원)이 올해는 끊겼다.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 및 예상되는 단절은 이 같은 국가이익의 정면충돌로 봐야 한다. 그만큼 단기적 해법을 찾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협상 전술로 본 2008년 북한의 대남 공세=북한은 올해 1월 1일자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원하는 것을 밝혔다.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4선언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한국의 새 정부가 당근을 내놓지 않자 북한은 공세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 갔다. 3월 24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 협의사무소에서 한국 당국자 11명을 사실상 추방하며 이른바 통민봉관(남측 민간하고만 상대하며 당국을 외면) 전술을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먼저 상대방에게 앞으로 자신이 저지를 일을 예고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썼다. 북한은 4월 1일자 노동신문에서 이명박 정권은 (중략)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사태가 초래되는 데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남북 직통전화 단절을 통보한 북한 적십자회도 앞으로 북남관계의 운명은 남조선보수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