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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부패 방치하곤 법치못 세운다

.[사설] 한나라당 부패 방치하곤 법치못 세운다

Posted October. 11, 200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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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3900만 원을 뿌린 혐의로 구속된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뇌물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김 의장에게서 후원금 명목으로 몇 백만 원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어느 중진 의원은 수억 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심지어 김 의장이 입을 열면 무사할 한나라당 의원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국회의원이 적법절차에 따라 대가성이 없는 후원금을 받았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근거 없는 소문으로 특정인과 특정당을 음해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럼에도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의장은 동료 시의원 3명에게 돈을 건네면서 왜 하필이면 한나라당 의원 2명의 사무실에서 주었을까. 김 의장과 해당 한나라당 의원들 간에 그만큼 유착돼 있었다는 증거는 아닌가. 경선 과정에서 김 의장의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한나라당의 요청에 의해 의장 선거가 강행됐다는 얘기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 대표는 서둘러 대 국민 사과를 했고, 서울시당은 김 의장이 아직 기소가 되지 않았는데도 오늘 윤리위를 열어 당원권 정지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 이전에 사건의 진상부터 규명해야 한다. 대충 봉합하고 넘어간다면 화만 더 키울 뿐이다.

대다수 국민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나라당의 지방의회 장악에서 찾고 있다. 지역을 막론하고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어서 서로 눈감아주는 풍토가 비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차떼기 당 오명을 씻기 위해 천막당사살이를 하고, 당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라면 어떻게 국민에게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이 터져 나올 때마다 한나라당이 단골손님처럼 연루되는 것은 당의 체질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 이상의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