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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이버 검객노무현

Posted September. 26, 20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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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 2.0을 개설한 후 노공이산()이란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위기, 국민연금 같은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노공이산은 18일 오전 11시 50분 첫 글을 올린 이후 이튿날에는 한꺼번에 6건을 올렸다. 새벽과 낮 시간대를 종횡무진하며 24일 현재 19건을 올려 하루 2.7건꼴의 왕성한 필력이다. 나라 걱정으로 새벽잠이 줄었는지 오전 3시 21분에 띄운 글도 있다.

23일에는 호남 정치인을 겨냥해 안방 정치, 땅 짚고 헤엄치기를 바라는 호남 선량들, 특히 호남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은 호남표로 당선되지 않았느냐. 배은망덕한 말이다라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정치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최소한 어떤 금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의 역비판 속에는 노 대통령이 대북 송금 특검을 수용하는 바람에 옥고를 치른 데 따른 감정도 섞여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2.0은 당초 책임 있는 시민 주권자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자유롭고 수준 높은 토론마당이라는 취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노() 지지 발언과 현 정부 및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조롱에 가까운 비난으로 제2아고라라는 말까지 듣는다. ID 전화는 아고라에서 유입된 인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무엇으로 보나 (아고라보다) 떨어지는 소형 사이트라고 꼬집었다. 다시 분열, 왜 싸우려고 하십니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현직 시절에도 대통령답지 않은 별난 언행으로 좌충우돌하다가 봉하마을로 돌아간 뒤에는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말 안하고는 못 참는 성정()이 다시 발동하는 모양이다. 사이버 논객()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합당한 모델인 것 같지는 않다. 그의 글은 사물의 이치를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는 논설이라기보다는 편을 가르고 다른 쪽을 공격하고 가슴에 상처를 낸다. 그런 의미에서 논객이라기보다는 검객()에 가깝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