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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국산 식품공포

Posted September. 23, 200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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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왕()모 씨는 허난() 성 야시장에서 가짜 계란 프라이를 먹고 나서 주인을 다그쳐 비법을 알아냈다. 계란 흰자는 식품의 점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제 알긴산나트륨으로 만든다. 이 흰자에다 레몬산 황색 식품색소를 넣어 노른자를 만든다. 이 노란 액체를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 용액에 넣으면 겉면에 투명한 응고물이 형성돼 계란이 만들어진다. 중국 장쑤() 성 쑤첸() 시에서는 값싼 햄과 밀가루를 이용해 감쪽같이 만든 가짜 쇠고기가 시장에서 유통된 일도 있다.

중국의 가짜 식품 제조과정을 보면 어떻게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무섭다 못해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중국에선 포도로 빚지 않은 포도주가 물보다 싼값에 팔려나간다. 공항이나 특급호텔 면세점에서 산 명주()나 고급 차라고 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올해 들어 광둥() 성에서 공업용 메틸알코올이 포함된 가짜 술을 마시고 11명이 사망했다. 농약 만두 같은 유해 식품으로 세계 여론이 들끓자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불량 식품 제조업자를 중형()으로 다스리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멜라민 분유에서 비롯된 중국산 식품공포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멜라민 분유로 피해를 본 아기가 4만 명에 육박했다. 당초 중국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이 분유가 동남아와 아프리카로 수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분유가 포함된 초콜릿과 과자가 한국과 일본에 수출됐고 멜라민이 들어간 사료가 한국 양식장에 공급된 사실도 밝혀졌다. 국민 불안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조사대상에 중국산 분유뿐 아니라 중국산 우유가 포함된 제품도 포함시켰다.

중국산 식품이 우리 식탁안전을 위협한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된 장어, 납 꽃게, 중금속 녹차와 한약재, 공업용 색소로 물들인 참깨, 표백제가 들어간 중국산 찐쌀. 식약청이 임두성(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암물질과 세균이 검출돼 폐기된 중국산 식품이 40t에 이른다. 실체가 없는 광우병 쇠고기에 분노해 서울 도심을 뒤덮었던 촛불시위대는 중국산 유해식품엔 왜 침묵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