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유진, C&그룹 등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한 일부 그룹이 우량 계열사나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자금 사정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1일 유동성 확보와 관련해 금호생명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당초 금호생명 상장() 시기에 지분 일부만 팔아 금호생명 경영권을 유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장 전에 계열사 지분 전량을 팔아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호생명 지분 중 65.94%를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 6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 지분을 전량 판다는 것은 금호생명을 매각한다는 의미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생명 매각은 자금난 해소 차원에서 생각하는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현재로선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조선, 해운, 건설이 주력 사업인 C&그룹은 동아일보가 11일 단독 보도한 경남 거제시 제2조선소 매각 추진과 관련해 증권선물거래소 공시를 통해 거제시 사등면에 건설 중인 제2조선소(신우조선해양)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C&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자구 계획의 일환으로 C&중공업 목포조선소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그룹은 1990년 12월 해운중개업체인 칠산해운으로 출발해 M&A를 통해 해운, 패션, 건설, 조선 등으로 급격히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제2조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건설과 금융, 유통을 3대 성장축으로 삼았던 유진그룹도 지난해 인수한 유진투자증권(옛 서울증권)을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유진 측은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에 따라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지난해 하이마트 인수 이후 시중에 떠도는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앞서 올해 5월에는 한때 대표적인 M&A 전문 기업으로 통하던 이랜드그룹이 2006년 4월 까르푸를 인수해 만든 홈에버를 삼성테스코에 재매각했다. 이랜드는 까르푸 인수 당시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차입했다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재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로선 팔릴 만한 알짜 자산을 내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아깝긴 하겠지만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