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나라당 새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국민의 신뢰 상실이 이 혼란과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달 간 지속된 쇠고기 파동 속에서 당을 맡게 된 박 대표와 새 지도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고, 그 해법을 국민의 신뢰 회복으로 본 것은 맞다.
그러려면 한나라당은 변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웰빙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시위대가 서울 도심을 휩쓸고 정권 타도를 외칠 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되돌아보면 금방 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폭도()가 섞인 시위대 편에서 전경과 맞설 때, 맞을 각오를 하고 시위대에 맞선 한나라당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정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폭력으로 내몰릴 정도로 거짓이 판을 칠 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가리자며 토론회 한 번 자청한 적도 없다.
새 지도부는 국민이 49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과반 의석(153석)을 준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이명박 정부를 도와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되며 자유와 진실이 이기는 반듯한 나라 선진 한국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제라도 한나라당은 그 길로 헤쳐 나가야 한다. 국가 선진화의 투사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과제 및 사회현안을 구경꾼이나 제3자의 자세로 대하는 비겁한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온 몸이 깨지고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진정한 국리민복()의 길을 선도해야 한다.
민의()는 존중하고 수용해야 하지만 그저 목소리 큰 세력이 하라는 대로 따라만 가서는 안 된다. 이들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것은 제대로 국민을 섬기는 게 아니라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민의를 거슬러서는 안 되지만 필요할 땐 설득을 통해 민의를 이끌 줄 알아야 한다. 개혁적 보수라는 정체성도 분명히 해야 한다. 안으로는 줄서기와 감투싸움에 여념이 없고, 밖으로는 목소리 큰 세력의 눈치나 보는 여당에 국민은 결코 마음을 주지 않는다.
정부도 새 출발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법질서를 회복함으로써 정부의 권위를 되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최대 희망인 경제 살리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대내외 악조건 때문에 경제 안정을 추구하더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각종 개혁 정책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