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에 따라 제18대 국회 개원식이 예정돼 있던 5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는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소속 의원들이 보였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시각 국회 정문 앞에서 쇠고기 재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국회 등원을 거부한다고 선언하고 장외()로 향했다. 이날 오전엔 신임 국회의장단을 뽑기로 돼 있었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역시 무산됐다. 이처럼 18대 국회가 처음 한 일은 범법(국회법 위반) 행위였다.
국민을 상대로 불법 정치파업을 벌인 셈이다. 기업에선 거의 정착된 무노동 무임금이 반드시 적용돼야 할 곳으로 국회가 꼽힐 만하다.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이달에 지급될 세비()가 지난달 말의 이틀분을 합쳐 1인당 901만 원이다. 여기에 의원 정수 299명을 곱하면 26억9399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뿐이 아니다. 차량 유지비, 사무실 운영비 등 의정활동 지원비 180만여 원을 포함해 의원 한 사람에게 1100만 원이 별도로 나간다. 한 의원당 보좌관비서관비서의 급여도 월 2300만 원이 지급된다. 이렇게 해서 의원 299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예산은 연간 1400억 원에 이른다.
놀고먹는 의원들, 국민대표로서의 임무는 저버리고 정치 불신의 틈새에서 생겨난 촛불집회나 따라다니는 의원들을 혈세로 지탱해야 하나. 경위야 어찌됐든 일 안 하는 의원들에게 꼬박꼬박 세비를 주는 것은 세금 낭비다. 국회가 문을 못 열어 광우병 파동, 화물연대 파업 같은 현안을 먼 산의 불구경하듯 하고, 이 때문에 물류대란 같은 혼란이 더 오래가니 국민은 이중삼중의 피해를 덮어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선진화개혁추진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세비반납소송을 낼 방침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국회를 바꿔놓으면 다행이겠다. 국회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같은 당 초재선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며 세비반납에 동참해줄 것을 권하고 있다. 동참한 의원들이 17일 현재 18명. 이들은 20일 첫 세비를 모아 영세민을 돕는 사회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들의 뜻은 고맙지만 그럴 것이 아니라 아예 무노동 무세비()법을 만들어 보라.
홍 권 희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