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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We Can 깃발 들고 역사 뉴 챕터 열어

Posted June. 05, 200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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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하이브리드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미국 역사의 뉴 챕터(새로운 장)를 활짝 열어 젖혔다.

미국 주요 정당에서 흑인 대통령후보가 탄생한 것은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지 232년 , 1789년 조지 워싱턴이 미국 초대 대통령이 된 이래 219년 만의 사건이다.

미국 언론들도 3일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후보 자격 획득을 위한 대의원 수(매직넘버)를 확보하자 일제히 역사적 순간(historic moment)이라고 평가했다.

새롭게 열리는 미국의 뉴 챕터

11월 대통령선거 본선에서의 승리가 관건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미 오바마 후보가 미국 역사에 뉴 챕터를 쓰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제 피부색이 미국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없음을 입증했다. 여전히 미국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흑백 간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지만 최소한 공개적으로 드러난 미국인들의 표심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

조지워싱턴대 커크 라슨 교수는 오바마 민주당 후보 탄생으로 미국 사회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였던 인종 간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의 정치참여 열기 역시 미국 사회에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일조했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21%인 4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1829세 젊은이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오바마 후보의 검은 돌풍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 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인종적으로 다변화된 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의 미국인들은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계 등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들과 학창 시절부터 어울려 산 경험을 했기 때문에 피부색에 따른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바마 혁명의 동력

오바마 돌풍은 한마디로 변화와 희망에 대한 미국인들의 갈망의 반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오바마 후보가 유세 때마다 부르짖은 우리는 할 수 있어요(Yes, We Can)라는 메시지는 미국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

한때 미국인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염증도 미국 사회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지도자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걸스턴 선임연구원은 어느새 변화라는 단어는 최고 선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오바마 후보가 외치는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려 하기보다는 변화 자체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타고난 화합자

터프스대 플레처스쿨의 앨런 헨릭슨 교수는 아프리카 출신의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오바마 후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nature-born) 화합형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등장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일방주의에 입각한 미국의 밀어붙이기식 외교에 위협을 느낀 나라들은 특히 달라진 미국 외교를 기대하는 심리가 팽배하다.

물론 오바마 후보의 혁명은 미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종 문제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한 선거전문가는 결국에는 브래들리 효과가 이번 대선에서도 오바마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효과란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흑인이던 톰 브래들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막상 투표에선 진 데서 유래한 용어. 보수적인 백인 사회가 흑인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