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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신호 인터넷 발달로 통제 불가능

Posted May. 16, 2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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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의 통제 아래 감추기 식 보도에 급급했던 중국 언론들이 이번 지진 보도에서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해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참담한 현장에도 거리낌 없이 렌즈를 들이댄다. 그러나 서구 언론의 반응은 상반된다. 중국이 개방화하는 신호라는 긍정론과 함께 아직 멀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4일 권위주의 국가들은 재해상황을 일단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지진 현장에서는 생생하고 다양한 보도가 나온다며 변화에 점수를 줬다.

이 신문은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지진 발생 수 시간 만에 각 언론사에 현장에 기자를 파견하지 말고 CCTV와 신화통신을 인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피해 현장마다 신문 방송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중앙선전부는 13일 통제를 포기하면서 보도 내용에서 통일성, 안정성, 공익성을 확립하라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섰다는 것.

뉴욕타임스도 14일 중국 정부의 언론 대응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 당시 미국 정부의 대응보다 오히려 낫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더는 사실 은폐나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도부도 알고 있다는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언론 통제는 여전히 확고하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신문은 15일 중국 당국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총과 펜을 동시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마오쩌둥()시대의 원칙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13일 중앙선전부의 보도 통제 지침 발표 이후 중국 언론의 보도 자세에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원자바오() 총리의 재난현장 방문 모습이 머리기사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당국의 헌신적인 노력이나 희생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에 나선 군경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강조됐다. 반면 CCTV보다 발 빠르고 자세하게 현장을 전했던 지역방송 쓰촨TV는 생중계를 접어야 했다는 것.

신문은 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원자바오의 눈물은 지겹다. 도대체 희생자들은 어디 있는가라며 언론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