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미얀마와 북한, 자연재해보다 혹독한 악정

[사설] 미얀마와 북한, 자연재해보다 혹독한 악정

Posted May. 13, 2008 08:30,   

ENGLISH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10여만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미얀마의 재해현장은 전기와 통신마저 끊겨 석기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소식이다.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이 국경지대에 잇따라 도착하고 있으나, 미얀마 군부정권은 집권체제의 불안을 두려워해 제한적으로 입국허가를 내주고 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쓰러져 있는 150여만 명의 국민을 외면하고 권력유지에만 급급한 미얀마 집권세력은 반()인륜 집단이다.

북한도 1995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에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아사자를 냈다. 희생자가 수십만 명이라고도 하고 300만 명이라고도 한다. 참혹한 사태를 겪고서도 10년이 넘도록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춘궁기만 되면 남쪽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북한이 주민의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해 활동하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요원들을 툭하면 추방하는 행태도 미얀마와 닮은꼴이다. 올해는 고난의 행군이 끝난 지 10년 만에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농촌지역에서 시작된 아사 소식을 전하면서 나르기스보다 더 무서운 아사의 태풍이 북녘 땅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정일 집단의 태도는 미얀마 군부와 다를 게 없다. 북한은 올봄 식량난이 유독 심한데도 남한 정부를 터무니없이 비난하는 데 몰두하면서 남한의 도움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굶주리는 주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북핵 폐기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도리다. 굳이 말하자면 거지는 거지다워야 한다.

미얀마 군 장성들은 외부에서 보낸 구호품에 자기 이름을 써 넣어 생색을 내는 낯 뜨거운 짓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국가 명절 때마다 외국에서 원조받은 물자로 생색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를 침공해서라도 이재민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사납다(가정맹어호)는 옛말도 있거니와, 미얀마와 북한의 악정()은 자연재해보다 더 혹독하다. 백성을 굶어 죽이는 정권은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고 만다는 것이 인류 역사의 기록이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