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ebruary. 01, 2008 08:06,
부패 비리 연루자의 공천 신청 자격 박탈을 규정한 당규 적용 문제를 놓고 내홍에 휩싸여 있는 한나라당이 공천 신청자가 신청 자격이 있는지를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31일 결정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당규를 개정하지 않고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심위 공천 신청서는 받아 주겠다
정종복 공심위 간사는 이날 공심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공직후보자추천규정 3조 2항에 따라 공천 신청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자는 그 자격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규를 엄격히 적용해 부패 비리 연루자의 공천 신청 자격 자체를 불허하기로 한 1월 29일 결정보다 다소 유연해진 것. 문제가 된 박 전 대표 측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 등은 공천 신청서를 낼 수 있게 됐다. 일종의 가접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고 이상형을 받은 경우만 공천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공천 신청을 받아 개별 심사해 접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공심위에 주문했다. 정 간사는 공심위가 최고위원회 의견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천 신청 자격이 있는지를 확정할 때는 다시 현 당규를 따르기로 해 신청을 하더라도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회 주문 중 금고형 이상만 제한해 달라는 요청은 거부한 것이다.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31일 회의 직후 당규가 너무 명확하게 돼 있다. 당규 개정 없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견해를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심위원은 통화에서 공심위는 당규의 벽에 막혀 있다. 최고위원회의가 당규를 개정하든지, 현 당규대로 공천 신청을 불허하든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당규 개정해야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공심위 회의 결과에 큰 기대를 걸었다. 당 최고위원들이 한목소리로 공심위에 유연한 당규 적용을 주문했기 때문에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공심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정을 하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의원은 서류를 접수한 뒤에 당규를 근거로 공천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공심위가 애매한 결론을 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이날도 국회도서관에서 모여 행동 통일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 중 일부에서는 실제로 탈당까지 하기에는 명분이 약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9일 공심위 결정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해 온 강재섭 대표도 측근에게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칩거하며 당규 개정 등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파, 당직자는 부글부글
당내 소장파와 하위 당직자들은 이번 당규 적용 문제를 놓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필요에 따라 멋대로 당규를 어겨 가며 특정인을 구제해 주면 당 꼴은 뭐가 되겠느냐며 그렇다고 당내 화합에 역행한다고 할까봐 대놓고 비판도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해 말로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공천하면 된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정치는 신의가 중요하다며 당규는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느냐고 따졌다.
한 국장급 당직자는 당규 개정과 관련해 국민의 시선을 외면한 채 위인설관()보다 더 나쁜 위인설법()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러니까 웰빙당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 초선 의원은 현 당규 조항은 지난해 9월 통과되기 전 일부 당직자가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정권 교체를 위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며 당규를 다시 개정하면 당이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