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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단 공영방송 KBS

Posted January. 11, 2008 07:24,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광고 없는 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TV와 라디오 채널 1개씩을 합쳐 공영방송의 대표 격인 영국의 BBC와 비슷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몽드(월드)로 불릴 이 방송은 프랑스의 정체성과 문화를 집중 소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재원은 민영방송의 광고수입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하니 국민의 추가부담도 없다.

새 공영방송 설립계획이 사르코지가 국민 행복의 질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됐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금처럼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하는 방식으로는 삶의 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므로 행복지수를 감안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새 공영방송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는 국민이 가장 손쉽게 향유할 수 있는 방송의 질이 곧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문화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프랑스인들이 느끼는 갈증은 물질이 아닌 문화에 있으므로 방송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 욕구를 최대한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는 광고로 운영되지만 공영방송은 예외다. 사회의 그늘에도 시선을 줌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다는 시청자 복지에 공감하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된다. 그러나 한국의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광고 비중이 거의 절반(47%)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재원의 거의 전부를 수신료에 의존하는 BBC나 NHK와는 다르다. 간판은 공영이면서 수신료와 광고를 동시에 챙기니 장삿속이 몸에 밴 상업적 공영이다.

KBS는 1981년 이래 월 2500원인 수수료를 60%는 올려야 공정성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BBC, NHK의 피나는 구조조정을 배우기는커녕 방만 경영에 불공정 보도로 혹세무민하면서 수신료 대폭 인상에 중간광고 허용까지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한 술 더 떠 예산편성까지 아예 439억원의 적자예산으로 짰다. 빚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게 바로 한국과 프랑스를 가르는 문화의 수준이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