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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도()

Posted January. 09, 2008 08:18,   

대구와 밀양 사이,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에 경북 청도가 있다. 가 본 사람은 안다. 하늘과 산, 물과 사람이 얼마나 닮았는지. 청도()라는 이름 그대로 맑고 푸른 땅이다. 소싸움과 달집태우기로 유명한 곳이고, 화랑정신과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고장이다. 그 청도에서 지금은 곡()소리만 들린다고 한다.

이번 대선과 같은 날 실시된 군수 재선거 때문이다. 선거일 이틀 전에 주민 김모(52) 씨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더니, 6일에는 양모(57) 씨가 과수원에서 막걸리와 비타민 음료에 농약을 타 마시고 자살했다. 두 사람 모두 정한태 현 군수의 선거운동을 하다가 금품살포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직후였다고 한다. 김 씨는 가까운 이웃 사람 10명에게 5만 원씩 돌린 혐의를 받고 있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금품을 뿌리는 사람은 물론이고 받은 사람도 제공받은 금액 또는 음식물물품 가액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2004년 총선 때부터 적용되고 있는 무서운 법규다. 자살한 두 사람은 뒤늦게 그걸 깨달았던 모양이다. 한나라당 경북도지부의 한 간부는 순박한 분들이라 경찰에 가서도 거짓말을 못 했을 것이라며 자신들 때문에 멋모르고 돈을 받은 이웃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자 더는 동네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작 선거구민 16명에게 현금 4000여만 원을 뿌린 정 군수 선거캠프의 자금책은 달아난 상태다.

군()이라고는 하지만 인구가 불과 4만5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고장에서 비극적인 선거 후유증이 가시지 않자 경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 등 형사처벌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에게 돈이 뿌려진 탓인지 청도는 온통 초상집처럼 돼버렸다. 이번 선거도 2명의 전임 군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해 치러진 재선거였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49총선에선 청도의 비극이 재연되지 말아야 한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