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조직 개편 방향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 18부의 중앙정부 부처를 1215개로 줄이고 부총리 제도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 초안을 5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6일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직사회 안정을 위해 공무원 수는 줄이지 않고, 대()부처 위주로 기능을 재편하며, 정부 내의 기획조정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 안()이 잡혔다며 15일까지는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개편의 핵심 방향은 부처의 기능별 재편과 정부조직 슬림화다. 부총리를 없앤 것도 부처 내 중간 보스나 옥상옥()을 두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인수위 측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금융 기능 내주고 기획조정 기능 강화
조직 개편 작업에 참여한 인수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경제 수장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내고, 기획예산처가 갖고 있는 재정 전략 등 기획 기능을 갖게 되면서 부처 이름이 기획재정부(가칭) 등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예산처의 예산편성 기능은 그대로 두는 방안과 청와대로 이관하는 안이 동시에 검토되고 있다.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이 미국의 정치 행정 체계에 관심이 많다. 예산편성 기능을 청와대로 옮기는 안도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부총리급 부처였던 교육인적자원부는 대입 관련 기능이 대폭 축소되면서 역시 부총리급 부처였던 과학기술부의 일부와 기능을 합쳐 교육과학부로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날 과기부의 업무 보고 후 브리핑에서 이 당선인의 관련 철학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것이라며 교육부와의 부분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는 대외정책 기능을 제고한다는 인수위의 기본 방침에 따라 외교부 중심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러나 대북 정책을 외교부가 담당하게 되면 북한을 외교상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현 정부 들어 비대해진 통일부의 일부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고 통일부의 대북 기능은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인수위 내에 만만치 않다.
산업자원부는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과 합쳐질 가능성이 높고,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도 농림부가 주체가 돼 단일 부처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는 지금의 기업 지원 기능 중 대기업 관련 대목은 축소하되 중소기업 지원 및 해외 자원 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인수위는 이날 산자부 업무 보고에서 기업 도우미로 다른 부처와 협력하고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아 에너지 개발 전략에 집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정무장관 부활할 듯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기능 중 일부는 통합되지만 따뜻한 성장 여성 일자리 창출 등 당선인의 관련 국정운영 철학을 수행하기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화관광부는 폐지될 국정홍보처의 해외홍보 기능을 수렴하고 정통부 일부 기능을 흡수해 문화관광홍보부(가칭)로 확대 재편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편 인수위는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출범 후 폐지됐던 정무 장관 등 무임소 장관을 청와대에 둘 계획이다. 당초 인수위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부활시켜 당-청 간 긴밀한 협조 채널로 활용하려 했으나 정무장관으로 격이 높아진 것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설익은 당-청 분리로 국정 운영에 애를 먹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데다 부처 개수를 15개 미만으로 줄일 경우 국무위원 수는 15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위배돼 국무위원인 정무장관 부활 카드가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