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과 성욕. 인류에 채워진 두 족쇄는 끝이 없다. 아니 갈수록 견고하다. 탐욕으로 인한 병폐가 넘쳐나도, 설령 새로운 대체물이 발명돼도 쉽사리 풀리진 않을 태세다.
하지만 해답은 탈출이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좀 더 행복한, 이로운 방법을 찾으면 된다. 당신의 삶을은 그 건강한 탐닉을 위한 체계적 접근이다.
식욕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일 뿐이다. 음식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혼돈과 두려움을 떨치고 음식이 지닌 긍정적인 잠재력을 이해하면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영국 BBC의 과학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이 책의 내용은 2월 BBC에서 방영됐다. 저자는 일단 음식에 대한 과학과 대중의 교차점을 건드린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요즘 음식에 대한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인 날씬해지는 법이란 화두를 던진다. 그 다음 다이어트와 포만감에 관한 속설과 궁금증을 일일이 뒤져본다. 그 방식은 당연히 과학적 실험이다. 그리고 어떤 식단이, 어떤 음식이 좋은지를 추천한다.
결론부터 얻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밋밋하다. 식이섬유가 몸에 좋다는 건 아이들도 안다. 아침 식사가 아이들의 뇌 활동을 돕는단 얘기는 TV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왔다. 굴이나 포도주, 그리고 등 푸른 생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면과 실상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파헤친 보고서다. 이 실험에는 세계 각국 전문가 50여 명과 일반인 500여 명이 참가했다. 제1장 건강해지는 법을 보자. 인간의 내장에는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산다. 무게는 겨우 1kg 정도지만 이들 덕에 인간의 생명은 유지된다. 짐작과 달리 식이섬유는 몸이 흡수할 수 없는 탄수화물이다. 하지만 식이섬유는 그 세균들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냥 몸에 좋은 게 아니라 왜 식이섬유를 챙겨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기존의 속설을 깨뜨리는 연구 결과도 풍부하다. 현대인이 즐기는 독소제거 프로그램은 별다른 효과가 없다. 차라리 천연항암제 브로콜리가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 기피음식인 우유나 치즈는 풍부한 칼슘 덕분에 적당하게 섭취하면 살이 오히려 빠진다.
대다수 사람은 하루에 물을 2L씩 마실 필요가 없다. 진짜 정력의 보고는 카사노바의 굴이 아니라 한국인의 마늘이다.
물론 당신의 삶을이 과학에 기초했다고 해서 만능의 마법서는 아니다. 음식이 인간의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말해준 게 전부다.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고 싶다면, 아이를 제대로 먹이고 싶다면 이 정도는 알고 먹자는 정도다. 거창하기보단 솔직하게 인간과 음식의 관계를 돌아봤다. 하긴, 마법 주문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나. 적당히 골고루 먹고, 꾸준히 운동하라. 문제는 앎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원제는 The Truth about food(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