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평양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 사업 확대 방안을 놓고 정부와 민간 간에 상당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 정부의 입김에 민감한 일부 기업은 잇달아 경협사업의 후속 조치를 쏟아낸 반면 주요 민간 대기업은 대북() 투자 확대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방북한 일부 경제인은 북한이 경협 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혀 한국 정부가 너무 의욕만 앞세워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측 준비 미흡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평양에서) 업종별 간담회를 하는데 북측이 경험이 없어서인지 회의 같지 않은 회의였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북이 처음엔 뭘 해야 하나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분야별 구색은 갖췄는데 다소 어색해 하는 듯했고 대응이 떨어지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도 북한의 준비 부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의 상업은행 설립 인가 절차 등에 대해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에 답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북한이 못 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번 방북 기간 중에 북한 무역은행의 김모 국장을 만났지만 그는 실무급이라 한국의 국책은행 총재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와 공기업, 후속조치 발표 봇물
정부와 공기업, 또는 정부 영향력이 큰 민간기업들은 5일 일제히 경협과 관련한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북한 유전개발 부분도 정상회담에서 논의했으며 향후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북측과 협의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지공사는 당장 다음 달부터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한광업진흥공사도 이달 중 북한의 광물자원을 탐사하기 위해 조사반을 보내기로 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사장은 함경남도 안변 지역에 1억1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선박용 블록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협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번 정상회담 직후 쏟아져 나오는 정부의 후속 조치를 보면 경제성을 치밀하게 사전 검증했는지 의문이라며 너무 성급한 대북 투자 확대 발표는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 대북 투자 글쎄요
북한은 통 큰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민간 기업은 소극적인 반응이다. 대북 사업을 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만이 내년 4월경 백두산 관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을 뿐이다.
삼성그룹을 대표해 북한에 다녀온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 보도 자료를 통해 북측이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 주고 3통(통신, 통행, 통관)에 대한 보장과 인프라스트럭처가 확충된다면 신규 투자 분야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당장 대북 투자 계획이 없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셈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경협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적성국이나 테러지원국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국제 결제망에도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잘못하면 (미국의 제재로 돈이 묶이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사례 같은 것이 생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