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민주화 시위가 11일째를 맞은 28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미얀마 군사평의회가 이틀간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수도 양곤과 만달레이 등 대도시에서는 정적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한 승려들의 승복 색깔에서 이름을 따와 사프란(saffron선황색)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시위가 미얀마에서도 피플 파워를 발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인회 교민들에 귀국 권유
지난 이틀간 대대적인 시위 진압 작전에 나선 미얀마 군과 경찰은 28일 5개 주요 수도원을 봉쇄하고 슈웨다곤 파고다 등 사찰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모두 차단했다.
미얀마 정부는 또 주간지 4개를 포함해 10여 개 신문과 잡지의 발행을 중단시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글이나 사진이 개재된 인터넷 웹 사이트와 블로그, 사찰과 야당, 학생 지도자의 유무선 전화도 모두 차단됐다.
양곤 도심은 정적 속에 빠진 반면 시 외곽에서만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현지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사회에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만영 한인회장은 학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으므로 긴박한 일이 없는 교민들을 상대로 귀국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재호 KOTRA 양곤 무역관장은 현지에서의 시위는 스님들이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낮 12시부터 오후 4시경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시위가 확대될지 아니면 약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교민은 1988년 시위 이후 정부와 군인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미얀마 국민이 이를 뛰어넘어 시위에 나섰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며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양곤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시위가 확산될 것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전략을 마련한 뒤 교민들과 비상연락망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위관리 14명 자산동결
미국은 27일 미얀마 군사정권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 등 고위 관리 14명의 자산을 동결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미얀마의 평화적인 민주화를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회원국에 대한 내정불가침 원칙을 천명해 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얀마의 유혈사태를 비난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회담을 한 뒤 미얀마 시위 진압에 총기가 사용됐다는 사실에 경악한다며 즉각 무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유엔은 미얀마 정부가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특사의 입국을 허가한 직후 그를 현지에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