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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딱하다

Posted September. 12, 2007 07:09,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믿음을 무겁게 갖고 있던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일지 여러분도 짐작할 것이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변 씨 탓에 난감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대통령 때문에 난감하다.

내 편이 아닌 상대에 대해서는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고 매도하면서, 자신의 측근에 대해서는 무조건 감싸고 보는 노 대통령의 일관된 행태가 변 씨로 인한 난감함을 자초했다. 국가 지도자의 그런 딱한 모습을 세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 국민 또한 창피하고 난감해지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정의 최고사령탑이자 공직의 표상()이다. 역대 정권이 청와대 안에 별도의 민정() 또는 사정()조직을 두고,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참모들의 비위를 감시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표상이 더럽혀지면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사령탑이 흔들리면 국정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도 민정비서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 기능을 거의 못했다. 우리는 그 원인이 옷깃을 여미는 자세와는 거리가 한참 먼 이 정권의 패거리의식과 자질이 의심되는 인적 구성 때문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인식부터가 그랬으니 참모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후보로 나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어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관 시절을 되돌아보며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인데 (마치) 프리랜서처럼 일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변 씨 사건에서 드러난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식이 꼭 그렇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책임이라는 무수한 사슬에 묶여 있으며, 자기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언행에 공()과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경호실이 24시간 대통령의 안위를 살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사적() 감정의 포로가 된 듯이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일부 언론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측근들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지만, 노 대통령은 나와 언론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방향을 틀면서 꼭 소설 같다는 레토릭(수사)으로 역공하다가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이런 수준, 이런 행태의 대통령은 이제 그만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