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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정아 씨의 힘은 어디서 나왔나

Posted September. 01, 20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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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박사 학위로 동국대 교수가 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직까지 차지했던 신정아 씨의 배후에 대한 의혹이 부풀고만 있다.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신 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전 동국대 이사인 장윤 스님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정에 박광태 광주시장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그제 신 씨의 허위 학력 비리에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여권 대선 후보가 관련돼 있다는 설까지 꺼냈다. 요약하면 신 씨를 둘러싼 권력형 스캔들 의혹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정권 실세가 개입한 권력형 청탁 의혹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신 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정하는 과정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신 씨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이사들도 모르게 한갑수 당시 재단 이사장을 만나 예술감독 내정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사회에서 김모 감사는 내가 무엇 때문에 감사로 앉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신 씨의 예술감독 선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최모 이사도 신 씨에 대한 검증 부족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신 씨는 검증받지 않고 예술감독이 됐다.

한 전 이사장은 신 씨를 단 한 번 만나 보고 예술감독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한 전 이사장과 박 시장이 과연 예일대 박사에 유명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라고 믿은 것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신 씨의 교수 임용 및 예술감독 선정에 권력 실세가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청와대 변 실장은 신 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는 언론의 취재 보도에 대해 1주일 이상 침묵하다가 어제서야 간단히 부인() 해명을 했지만 전혀 무관하다면 왜 장시간 의혹 제기에 답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변 실장 자신 선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인가. 배후의 몸통을 숨기기 위한 모종의 작업이 진행된 것일까. 장윤 스님,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도 직접 해명을 피하고 있다.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고발로 신 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권력형 스캔들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