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인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며 충돌을 막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양회담에서 NLL 재설정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군사적 현실을 도외시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성과도 불투명한 한 차례의 회담을 위해 안보의 근간을 흔들 참인가.
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마찬가지로 54년간 유지돼온 해상 경계선이다. 북의 요구대로 NLL을 서해 5도 남쪽으로 옮기면 군사적 충돌은 오히려 훨씬 잦아질 것이다. 북은 남쪽을 더 깊숙이 노릴 것이 뻔하고, 우리 군은 이에 맞서 더욱 활발한 상공() 및 해상활동을 펼 수밖에 없다. NLL의 남하()는 특히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북한의 NLL 재설정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북은 1973년 10, 11월 한 달여 동안 43회나 NLL을 침범한 서해사태 때까지 20년간 이의를 달지 않았다. 1992년엔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에 함께 서명해 국제법적 효력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런 북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향후 평화체제 논의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NLL의 역사를 보더라도 북은 할 말이 없다.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유엔평화유지군의 입장에서 그은 선이다. 당시 전 해역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던 유엔군은 38선 이남으로 자진 철수했을 뿐만 아니라 서해 5도를 제외한 황해도 인근 섬을 모두 북측에 넘겨줬다. 해군력이 보잘것없었던 북으로선 감지덕지해야 할 조치였다.
이 정권은 정상회담에 취해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대전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 같다. NLL 재설정은 있을 수 없으며 북이 이를 침범할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우리 군의 입장은 확고하다. 그럼에도 5년 임기의 정권이, 그것도 겨우 6개월 남은 정권이 자기들 입맛대로 NLL 거래를 시도한다면 매국()이 아니고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