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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마른 캠프들 아파트도 팔았소

Posted July. 19, 2007 04:52,   

사람은 많은데 돈은 없고.

대선 예비 레이스를 치르고 있는 각 진영은 정파를 막론하고 타는 목마름으로 돈 가뭄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경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아 후원금(최대 23억 원)을 모을 수 없는 범여권 후보들은 물론, 경선 중인 한나라당 후보들도 사정은 크게 나아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한 당료는 2002년 대선에서 기업들로부터 불법으로 자금을 모았다가 홍역을 치른 학습효과 때문인지 기업에 손 벌리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며 대선을 세 번째 치르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각 진영의 살림살이를 알아본다.

이명박 측 돈 많은 줄 알고 후원 안 해

그나마 자금 사정이 가장 풍족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는 요즘 후원금 통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시장 측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이 전 시장은 돈 많으니 후원금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적지 않게 팽배해있기 때문이라는 게 캠프의 해석이다.

한 관계자는 법정 후원금 한도액인 23억 원에 맞춰 자금 집행계획을 세웠는데 정작 후원금이 제대로 안 들어온다며 한도의 50%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과 일부 여직원을 제외한 100여 명의 캠프 상근인력들은 대부분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회도서관장(차관급)을 지냈던 배용수 공보단장은 갑자기 수입이 없어지니 집에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족한 자금은 이 전 시장 측에서 일부 조달하거나 고정 수입이 있는 의원들이 갹출하고 있다. 캠프의 한 핵심 의원은 오랫동안 애용하던 골프 회원권을 처분했고, 또 다른 의원은 아파트를 팔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검증청문회를 마치면 대대적인 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측, 하루 100만 원도 안 들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는 올해 초 개통한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한 후원금과 개인 기부가 재원()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1인당 한도가 1000만 원인데 주로 한 통에 1000원을 기부하는 개미 후원금이 대부분이라서 하루 ARS 모금액은 100만 원을 넘는 때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은 경선 자금은 5억4000만 원 안팎이라며 그나마 캠프 사무실 임대료, 홍보(지역 당원간담회 때 영상물 제작비용 등), 공보(포스터 홈페이지 관리) 등에 쓰고 1억 원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19일 청문회 뒤 본격적인 경선 운동이 시작되면 차량 기름값, 운동원 밥값 등이 더해져 더욱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원 간담회, 출판기념회 등에 상영하는 영상물은 제작비용은 요즘 보통 1000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어려운 살림을 투명 선거라는 이미지로 연결시키기 위해 경선이 본격화되면 일일 경선자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범여권 후보, 후원금도 모으기 어렵다

아직 경선 후보로 등록하지 못한 범여권 후보들은 대부분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거나 자기 돈을 쓰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손 전 지사 본인이 부담해 쓰는 개인 활동비가 월 500만600만 원 가량이고, 나머지는 전부 캠프 직원들이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캠프 내 4개 부서가 각자 쓸 돈을 감당하는 독립채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30여 명의 캠프 상근 직원이 전부 무보수 자원봉사라고 말했다.

게다가 손 전 지사는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경선 후보로 등록하기 전까지는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손 전 지사의 지지 조직인 선진평화연대(선평련)는 회비 10만 원을 내는 3000여 명의 위원들과 1만 원을 내는 3만 여 명의 발기인을 모집했으나, 현행 선거법상 이들이 내는 회비는 선평련 자체 활동비로만 쓸 수 있고 캠프 차원에서는 쓸 수 없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역시 현직 의원이 아니라서 후원회를 못 두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캠프 사무실 임대료를 마련하려고 정 전 의장이 사재를 털고 친척들에게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는 후문이다. 싱크탱크인 나라비전연구소의 유급 연구원 8명을 포함한 캠프 직원 30여 명 중 20여 명은 무보수 자원봉사자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본인이 1억 원을 대출받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 임대료를 마련했다. 캠프 관계자는 모교인 용산고등학교 동문들과 국회의원, 교육부장관, 국무총리 등을 거치며 알게 된 인사들로부터 주로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