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인적 물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 국가채무는 전쟁 전의 10배로 불어났고 선박의 40%를 잃어 국제무역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미국은 전쟁으로 부자가 된 반면 영국은 강대국 지위를 잃었다. 전후() 영국의 우울한 시기이던 194555년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렸다. 1980년대 남미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 남미에서 나오는 뉴스는 외채위기, 스태그플레이션, 폭력사태 등이었다. 주민이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의 열량까지도 감소세였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유명하다.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에 따른 장기불황이 그것이다. 그런 일본이 2002년 이후 금융개혁 등을 거치며 경제를 되살려 냈고 지금은 황금의 10년을 맞고 있다. 미래가 잘되면 과거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일본에서 잃어버린 10년은 요즘 준비해 온 10년으로도 불린다.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감세(), 규제개혁, 설비투자 확대 등의 노력을 해 왔으니 고통 속에서 미래를 준비했다고 할 만하다.
한국은 잃어버린 10년 논쟁 중이다. 작년 8월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시 의장은 국민은 민주개혁세력이 지난 10년간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무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잃어버린 10년이란 표현을 썼다. 한나라당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이 말을 쓴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 사람들은 (외환위기에서) 되찾은 경제라거나 멀쩡한 경제라고 반박한다. 생각이 이렇게 다르니 정치권에 한국병()의 진단과 처방을 주문하는 것은 역시 무리다.
우리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통설에 가깝다. 현 정부 들어 성장률은 세계평균치에도 계속 미달했다. 투자를 포기하는 기업, 젊음을 바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실업자들에게서 꿈과 희망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문제를 가리고 멀쩡한 경제라고 둘러대며 준비도 하지 않는 세력에 시달리기가 좀 끔찍하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