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 양대 계파의 수장인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열린우리당 해체론을 비판한 지 하루 만에 3일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에 대해 정치 개입을 그만하라고 각을 세우면서 사실상 이달 말을 당 해체의 데드라인으로 그어 지도부를 압박했다.
대통령의 경선, 본선 불개입은 대원칙=정 전 의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탈당 문제에 대해 지금은 (탈당을) 통합으로 가는 절차적 의미로 보고 있다며 당적 정리가 불가피하다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도 당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대선이 있는 해에 현직 대통령이 후보 경선이나 본선에 불개입하는 것은 확립된 대원칙이자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정세균 의장에게 당을 사수할 생각인지 물어보겠다며 이달 말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당 해산을 선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말까지 가시적 성과 있어야=김 전 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해체를 통해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의 장애가 제거됐다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글에 대해 민주정치 시대에 모든 민감한 정치 문제를 코멘트하는 것은 일을 꼬이게 할 수 있다며 좀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 이미 많이 하시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6월 중순까지 대통합을 이루려면 이달 말까지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전 의장과의 동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순 없지만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답했다.
쪼개졌다 대통합?=두 전직 의장의 이 같은 주장으로 열린우리당 내분은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선 듯한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한마디 한마디 진중하게 해 줘야겠다(정세균 의장) 탈당을 밥 먹듯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장영달 원내대표)이라며 두 전직 의장을 비판했다.
당 사수파도 노 대통령이 해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질서 있는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신기남 의원)고 공격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이 노 대통령을 열린우리당 사수파로 규정한 데 대해 대통령은 탈당했지만 창당정신과 정체성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와 사수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 김 전 의장이 탈당을 결행하면 최소 30명 이상의 의원이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의 의석이 70석 안팎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은 친노(친노무현) 의원 등 당 사수파와 비례대표 의원이 남은 잔류그룹, 정동영김근태 그룹, 김한길 강봉균 의원의 통합신당모임,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 등 5개 그룹으로 쪼개지게 된다.
이들이 말하는 반()한나라당 대통합의 대상이 민주당, 국민중심당, 시민사회세력까지 합해 7, 8개 정치세력으로 갈라지는 셈이다. 이들 세력을 대통합하는 일은 쪼개는 것 못지않게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